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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 광산 FIFO 셰프(마이닝 셰프): Breakfast in Moomba, Cooper Basin
    호주 라이프 2023. 6. 24. 15:57

    호주 FIFO 셰프(마이닝 셰프)로 일할 때는 크게 세 가지의 업무로 나뉩니다. Breakfast, Dinner 그리고 Crib입니다. 저는 그동안 네 번의 Swing을 해오면서 세 가지를 모두 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그 네 번째 Swing에서 Breakfast를 담당했습니다. 그동안 제 전체 경력에 있어서 Breakfast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될 정도로 별로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Moomba에서 혼자서 650명에서 많게는 750명까지 치면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지금부터 FIFO Breakfast 셰프로 일했던 경험들에 대해서 공유드리겠습니다.

    기본 메뉴 구성

    기본적으로 어떤 업장에서나 마찬가지로 메뉴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750명까지 감당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매번 메뉴가 달라져야 한다면 혼자서 일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죠.

    • 따뜻한 우유
    • Porridge (오트밀 죽)
    • Baked Bean
    • Spaghetti
    • Fried Egg
    • Poached Egg
    • Scrumbled Egg
    • Bacon
    • Tomato
    • Mushroom
    • Saussage 또는 Savoury Mince
    • Hash Brown
    • Bake Specialty (Fish Finger 또는 Dim Sim)

     사실 Baked Bean과 Spaghetti는 요리할 것도 없이 통조림을 까서 데워서 나가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 대신 Baked Bean은 호주사람들이 환장하는 메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양을 아주 넉넉하게 준비해놔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깊은 트레이에 한가득 꽉꽉 채워놓은 Baked Bean과 Spaghetti입니다. 이렇게 해놔야 서비스 중에 바빠도 안심이 되지요.

    Breakfast Time Frame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Breakfast에서 일한 경력이 길지 않습니다. 차라리 Dinner나 Production에서 일했다면 걱정이 덜 했을 텐데, 혼자서 Breakfast를 할 때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은 750명을 위해서 도대체 얼마나 많이 준비를 해야 하는지였습니다. 그리고 어떤 타이밍에 어떤 메뉴를 준비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이 걱정이었습니다. 혼자 일하다 보니 한번 타이밍이 꼬이다 보면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 그날 서비스를 망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Breakfast 셰프는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 30분까지 근무합니다.
     
    8:00 PM = Poached Egg
    Poached Egg를 위한 물을 준비하고 적정온도를 설정해 놓습니다. 보통 Poached Egg는 커다란 냄비로 조리하지만 더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Bratt Pan과 트레이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계란 한 판을 동시에 Steam 트레이에 깨서 넣고 끓는 Bratt Pan에 동시에 넣습니다. 그럼 30개 계란이 동시에 쿡이 되고 훨씬 빠르게 750인분을 끝낼 수 있습니다. 보통 계란 1.5 상자를 씁니다. 한 상자에 6판이 들어있으니, 9판*30개=270개를 만들면 750인분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완성된 계란은 곧바로 얼음물에 넣어서 퀄리티를 유지해 줍니다.

    9:00 PM = Fried Egg
    Fried Egg는 계란 2.5박스를 사용합니다. 15판*30개=450개를 만들면 750인분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그릴에 계란 한 판을 동시에 쿡합니다. 한 트레이에 15개씩 배치해 줍니다. 450개 Fried Egg를 만들면 30개 트레이가 나옵니다. 서비스를 위해서 곧바로 트롤리에 넣고 완성된 트롤리는 냉장고에 넣어놓습니다.

    10:30 PM = 야간근무자를 위한 야식 준비
    정시에 아침, 점심,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근무자들도 있지만 야간에 일해서 밤늦게 식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야간에 일하는 Breakfast 셰프가 그들을 위해서 야식을 준비해줘야 합니다. 이 야식은 보통 낮에 일하는 Dinner 셰프들이 준비해 놓으니 음식을 데워서 주기만 하면 됩니다.
     
    11:00 PM = Baked Bean, Porridge, Spaghetti, Milk and Scrumbled Egg
    이 다섯 가지 음식들은 동시에 데워서. 각 음식을 알맞은 트레이에 넣고 렙으로 튼튼하게 잘 싸서 하나의 오븐 트레이에 미리 넣고, 새벽 1시 30분이 되길 기다려줍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동시에 다섯 가지 음식을 완성하게 됩니다. 참 쉽죠.
     
    1:00 AM = Tomato and Mushroom
    토마토는 사실 오븐에 따로 넣을 필요도 없습니다. 서비스 시작이 4AM이기 때문에 반으로 잘라서 트레이에 넣고 바로 핫박스에 넣어놓기만 하면 됩니다. 첫날에는 오븐에서 쿡을 한 다음에 내놨는데, 서비스 내내 장기간 열에 노출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오버쿡이 되어 나중에는 흐물흐물해져서 토마토 퀄리티가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아무리 급식 느낌으로 먹는 아침식사라지만 최소한의 퀄리티는 맞춰서 음식을 제공해야 하니까요.
     
    버섯은 세 박스를 사용했습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버섯을 많이 먹더라고요. 가끔은 세 박스 이상을 사용할 때도 있는데, 이곳이 식자재 조달이 원활한 곳이 아니라서 최대한 재료를 아껴서 식자재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해서 보통 세 박스만 사용합니다. 
     
    2:00 AM = Bacon
    서비스 준비하는 데에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부분이 바로 베이컨 굽기입니다. 워낙 베이컨을 사람들이 많이 먹기도 하고 제대로 굽는 데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되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면서도 베이컨 굽기는 쉬지 않고 해 줘야 4시 30분 서비스를 시작하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베이컨이 동이 나는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말이 있죠. Keep the grill working. 그릴을 쉬지 않게 해라. 이것이 혼자 일할 때, 효율적으로 제시간에 일을 마칠 수 있는 노하우 중 하나입니다.

    3:30 AM = Hash Brown and Bake Specialty
    Hash Brown은 되도록이면 바삭한 상태로 내놓을 수 있게 서비스 시간에 최대한 맞춰서 튀겨냅니다. Bake Specialty는 사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상관없습니다. 튀기거나, 구워내는 무언가 새로운 음식이면 됩니다. 셰프에 따라서 본인이 직접 머핀이든, 스콘이든 마음대로 만들어서 서비스하면 되는데, 저는 굳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싫어서 Fish Finger를 오븐에 구워서 내든가, Dim Sim을 튀김기에 튀겨서 내놨습니다.
     
    4:00 AM = 쉬는 시간 및 아침식사
    쉬는 시간을 갖고 이때 아침식사도 합니다. 서비스 시작 30분 전으로 빠뜨린 것은 없는지 점검하고 잠시 숨을 돌리는 시간이죠.
     
    4:30 AM = 서비스 시작
    7:00 AM = 서비스 종료 및 정리
    7:30 AM = 퇴근
     

    마치며

    Breakfast를 맡았던 첫날과 둘째 날은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모든 동선과 시간이 꼬이고, 심지어 서비스하는 동안 베이컨이 동이 나서 몇 분간 사람들이 기다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날의 경험들이 쌓여서 남은 12일을 안정적이고 문제없이 잘 보낼 수 있었습니다. 750명을 혼자서 서비스했던 경험은 제 셰프 경력에서도 스스로 자신감을 갖게 해 줄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곳에서 어떤 업무를 맡아서 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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