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광산 FIFO 셰프(마이닝 셰프) 두 번째 Swing: Dullingari, Cooper Basin
호주 광산 FIFO 셰프(마이닝 셰프)로서 첫 번째 Swing이 끝나고 꿀 같은 일주일의 휴식을 갖고 두 번째 Swing을 잘 다녀왔습니다. 역시 휴일은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늘 새롭게 느껴지는 FIFO 라이프. 이번에도 새로운 곳을 다녀왔습니다. 지난번에 다녀온 Moomba가 아닌 이번에는 Dullingari라는 지역에 다녀왔습니다.
새로운 일터: Dullingari
Moomba와 Dullingari 두 곳 모두 South Australia에 위치한 지역이지만 이번에는 Moomba에서 차로 약 90km 정도 떨어진 지역으로, 약 1시간 30분 더 이동해야 하는 곳입니다.


650명 이상 근무하는 Moomba와는 다르게 Dullingari는 25명에서 50명 정도의 인원이 근무하는 작은 곳이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확실히 Moomba보다 작은 Dullingari입니다. 근무인원이 적기 때문에 사람들도 기본적으로 훨씬 친근하고 자주 보다보면서 서로 이름도 묻고 안부도 전하는 사람 냄새나는 곳입니다. 반면에 Moomba는 많은 사람이 전투적으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정신이 없습니다.


Fixed camp와 Mobile camp의 차이
기본적으로 Moomba를 기준으로 Moomba를 Main site로 보통 부르며, 나머지 작은 근무지역을 Fixed camp와 Mobile camp로 나눕니다. Main site인 Moomba에서는 앞서 언급했듯이 650명 이상 대규모 근무자들이 지내는 곳입니다. 공항도 당연히 가깝고요. 그렇다면 Fixed camp와 Mobile camp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Fixed camp는 인원은 적지만 정기적으로 꾸준하게 사람들이 근무하며 지내는 곳입니다. 보통 30명에서 50명 정도의 근무자들이 매주 들어오고 나갑니다. 반면, Mobile camp는 다르게 말하면 임시 근무지입니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3년 정도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입니다. 광물의 매장량에 따라서 Mobile camp의 수명이 결정되는 것이죠. 임시 근무지이기 때문에 건물이나 숙소도 쉽게 철거할 수 있는 컨테이너나 조립식 건물로 지어져 있습니다. 이곳은 근무인원이 더욱 적지요. 15명에서 30명 정도 된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있던 Dullingari는 Fixed camp입니다. 저는 아직 Mobile camp는 가보지 않았지만, 한번 가보고 싶어요.
Dullingari 근무환경
제가 2주간 머물렀던 숙소입니다. Moomba는 살짝 현대적인 느낌이라면, 이곳은 2성급 숙소 정도되는 수준이었습니다. 크기도 Moomba보다 넓었어요.


화장실도 만족스러웠어요. 샤워실도 널찍했고요. 역시 에너지 회사답게 뜨거운 물도 콸콸 잘 나왔고, 체크인과 함께 수건과 여분의 휴지도 넉넉하게 제공됐고요. 에어컨이 있어서 냉난방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어요. 근무하는 동안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거환경은 잘 갖춰져 있었어요. “다 제공해 줄게, 넌 일만 빡세게 해 줘.” 이런 느낌이랄까…


숙소의 외관입니다. 대충 모든 건물들이 이런 느낌으로 생겼어요.

작지만 수영장도 있고요. 헬스장도 있는데, 저는 가지 않아서 사진은 없네요.

Dinner service in Dullingari
제가 첫날에 제공했던 음식입니다. 사실 이건 제가 만든 건 아니에요. 첫날은 비행기 타고 공항 와서 또 차 타고 1시간 30분을 또 들어와 했기 때문에 캠프에 도착하니 오후 3시쯤 됐습니다. 그런데 저녁은 오후 5시 30분부터 7시까지 제공됩니다. 제 스스로 식사를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전날까지 일했던 셰프가 미리 음식을 준비해 놓고 저는 Re-heat만 해서 제공하면 되도록 해놨습니다. 물론 저도 근무하는 마지막 날, 다음 일할 셰프를 위해서 모든 음식을 준비해 놨었죠. 이게 기본적으로 이곳 Fixed camp가 운영되는 방식입니다. 셰프는 바뀔지 언정, 광산 근로자의 저녁식사가 끊기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죠.

디저트도 직접 제가 만들어야 합니다. 보통 케이크 종류를 만들었는데 당근 케이크(Carrot cake), 대추 푸딩(Sticky date pudding) 등 매일 다른 디저트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리고 디저트와 함께 곁들여 먹을 Custard도 만들었습니다. 또 매주 목요일은 Steak Day라서 Beef sirloin으로 스테이크를 구워줍니다. 스테이크와 함께 먹을 Gravy, Pepper sauce, Mushroom sauce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호주사람들은 식사의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음식 구성 하나하나 신경을 많이 쓰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저녁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2개의 단백질 (돼지, 소, 양, 치킨 중)
- 1개의 감자 요리
- 3개의 채소 요리
- 1개의 디저트
최소한 이런 원칙을 기반으로 추가로 4개 음식을 더해서 총 10개 음식을 제공합니다.


Cold dish도 제공하는데, 이것은 제가 만들지 않고 Breakfast를 담당하는 아침 셰프가 준비해 놓습니다. 저는 저녁시간에 세팅만 해놓으면 됩니다. 파스타 샐러드, 코슬로우, 콩 샐러드 등 다양하게 구색을 맞춰 놓았습니다.

매주 토요일은 Steak & Pizza Day입니다. 스테이크는 그냥 구워나가면 되기 때문에, 프랩 할 것이 별로 없습니다. 미리 잘라 놓기만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피자는 도우를 사놓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토요일 아침은 유난히 바빠집니다. 이 날은 총 50명의 근무자가 있었기 때문에 넉넉하게 75개의 Sirloin을 준비해 놨습니다. 남으면 다음 날 저녁 요리에 쓰면 되니까요. 언제나 모자란 것보다는 남는 것이 났다는 저의 평소 신념입니다.

반죽이 잘 되었고, 30분 정도 발효를 시켜줬습니다.

보통 22개 정도 피자를 만듭니다. 모자란 것보다는 남는 게 훨씬 났죠. 만약 굽지 않은 피자가 남으면 냉장보관했다가 역시 다음날 점심으로 제공하면 됩니다.


다양한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4가지 종류를 만들었어요. 호불호가 강한 하와이안 피자도 만들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정성 들여 만들었었네요.


피자와 스테이크는 야외에서 제공됩니다. BBQ 분위기 한껏 끌어올리기 좋죠. 토요일만큼은 근무자들도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는 뭔가 특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TV도 설치되어 있어서 토요일 저녁 흔한 Pub 분위기도 좀 나는 것 같습니다.



BBQ 그릴과 Wooden Fire 오븐을 사용합니다. 스테이크는 다른 업장이나 집에서 자주 구웠기 때문에 익숙했는데, 개인적으로 Wooden Fire 오븐으로 피자를 구웠던 적이 없어서 초반에 조금 애를 먹었습니다. 피자를 굽는데 적당한 화력을 만드는 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다음에는 더 잘할 자신이 생겼습니다. 근무자들도 계속 바뀌다 보니, 이곳 Dullingari에서 처음 BBQ를 맛보는 사람들도 분명 있죠. Wooden Fire 오븐으로 피자를 굽는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지 종종 와서 사진을 찍어가더군요. ”여보, 여기에 이런 것도 있어. 나 잘 먹고 잘 지내. 생각보다 괜찮아.” 이런 느낌으로 사진 찍어 보내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봅니다.



그릴에서 굽는 스테이크만의 멋과 맛이 있죠.

정신없이 지나갔던 그날 저녁이 사진을 보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네요. 역시 불 앞에서 일하는 것은 빡센 것 같습니다. 그날 일 끝나고 자켓에 숯불향이 진하게 배었던 게 생각납니다.

인기만점 피자. 도우부터 토핑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혼자서 다해낸 피자를 잘 먹어주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셰프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뿌듯한 순간입니다.

제가 이곳에서 14일을 근무했으니, 제법 다양한 음식들을 제공했겠네요. 그러다 보니 최대한 겹치지 않게 노력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익숙한 음식들이 보이네요. 사실 이곳은 앞서 언급했듯이 Main site에서 차로 1시간 30분 더 깊이 들어와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재료공급에 있어서 약간 제약이 있습니다. 특별한 요청이 있지 않는 한, 보통 들어오는 것들만 들어오죠. 저는 간장으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간장이 2주 차에는 아예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소스를 사용했네요.





치킨은 언제나 인기만점이죠. 치킨 육수와 간장으로 만든 소스를 위에 끼얹어줬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의 매운맛으로 Chilli Flake로 마무리해 줬던 기억이 나네요. 달콤짭짤 + 알싸한 매운맛!

Bolognaise 소스입니다. 이 날 저녁, 제 야식으로 파스타와 남은 소스 좀 챙겨가서 먹었었습니다.

제가 2주간 사용했던 주방입니다. ‘광산’이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이 강렬했는지, FIFO 셰프를 하기 전에는 이곳의 주방은 더럽고 뭔가 깔끔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여느 업장보다 더 청결하면 청결했지, 관리가 잘된 주방이었습니다. 청결은 주방의 기본이죠. 아, 첫 번째 사진에 환풍구 필터가 빠져있는 것은 이 날 청소한다고 빼놔서 그런 거예요. 원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며
이번에도 정신없이 2주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음 Swing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죠. FIFO 셰프에 대한 현재까지 전반적인 평가는 저는 만족입니다. 다만 사랑하는 와이프를 2주간 만나지 못한다는 점, 사막 같은 지역에서 고립된 채로 일 해야 한다는 답답한 점을 제외한다면 말이죠. 만족스러운 부분은 무엇이냐! Moomba Main site에서는 제가 부족했던 Bulk cooking에 대한 경험과 감각을 배을 수 있다는 점 하나랑요, Dullingari 같이 혼자서 디너를 준비해야 하는 Swing에서는 다양한 요리를 실전경험을 통해서 스스로 실험하고 배워나갈 수 있다는 점이 제게는 아주 큰 장점입니다. 급여는 뭐 말할 것도 없고요. 추가적으로 저에게는 일주일을 연달아서 쉴 수 있다는 것도 만족스럽습니다. 캐주얼에 한해서 원하면 2주일까지 쉴 수도 있죠. 단, 그러다 잘못하면 쭉 쉴 수도 있다는 리스크도 있겠지만요. 캐주얼은 캐주얼이니까. 언제까지 FIFO 셰프로 일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중한 경험들을 블로그에 기회 될 때마다 기록하겠습니다 :) 이상 두 번째 Swing을 마치고 온 맹고남이었습니다.
